림프부종, 희망을 짓는 재활의 여정: 입원 12일차 솔직 후기

새벽 4시, 알람도 없이 눈이 떠지는 밤이 늘고 있습니다. 저녁 식사 후 곯아떨어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찬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이죠. 바쁜 하루를 보내고 몸이 보내는 신호인 걸까요. 통증과 함께 찾아오는 새벽의 각성은 때로는 낯설지만,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기도 합니다.

묵묵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찾아가는 시간

당뇨식 4일차 아침, 혈당계에 비친 숫자는 기특하게도 안정적인 범위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당뇨식과 함께 간식은 철저히 배제한 식단. 한 끼에 500kcal, 하루 총 1500kcal를 섭취하며 묵묵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잡곡밥 반 공기가 유일한 탄수화물 섭취원이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하네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드디어 몸무게가 감소하는 ‘마의 삼각지대’를 돌파했다는 것입니다. 늘 증가와 감소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제 몸이 드디어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한 거죠. 유방암 환자, 그리고 림프부종 환자에게 체중 증가는 늘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에 이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 재활 치료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오늘은 재활 치료사 선생님께서 특별히 자가 훈련 3종 세트를 미션으로 주셨습니다.

* 왼손으로 글씨 쓰기 (손목, 손가락 재활): 이미 세 차례 시도하며 손가락에 자연스러운 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박경리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한 편씩 왼손으로 옮겨 적으며 더욱 섬세한 움직임을 익혀갈 계획입니다. 삐뚤빼뚤해도 괜찮습니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 왼손으로 빗질하기 (팔꿈치 재활): 아직 왼쪽 팔꿈치를 시원하게 펴지 못해 각도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은 손목과 손가락 재활에 집중하고 있지만, 집에서도 틈틈이 팔꿈치를 조금씩 굽혀보며 저만의 방식으로 재활에 힘쓰고 있습니다.
* 왼손으로 세수하기 (팔꿈치 재활): 아쉽게도 아직은 팔꿈치를 구부리지 못해 세수까지는 어렵습니다. 얼굴로 손을 가져가려면 어깨와 팔꿈치 모두 굳어 있어 통증이 따르거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부드럽게 세수하는 날을 그리며 꾸준히 시도할 것입니다.
재활치료 용품

림프부종 치료, 새로운 지평을 열다: 남북써지칼과 케어핏, 그리고 나의 선택

오전 11시, 잠시 병실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림프부종 치료 용품에 대한 깊은 탐구에 나섰습니다. 이곳 국립교통재활병원에 입원하면서 림프부종 관리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지난 2년간은 병원 처방에만 의존하며 정보를 등한시했던 제가,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깨어나는 중입니다.

특히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림프부종을 겪는 분들은 소수이고, 그 안에서도 제 경우가 그렇듯 더욱 희귀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렇기에 정보의 제한성은 당연했고, 자연스럽게 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게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열어주었고, 덕분에 제 상황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압박의 강도가 제품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제게 맞는 압박 강도의 제품을 일상생활과 활동 패턴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를 통해 알게 된 압박 용품들의 압력 크기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활치료 용품

압박 용품 압력 크기 (대략적)
압박붕대 (모비덤) 가장 높음
써케이드 높음
모비덤 가먼트 슬리브 중간
압박 스타킹 낮음

또한, 림프부종 치료 용품을 판매하는 주요 회사로 남북써지칼과 케어핏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여 다양한 제품 정보를 얻었는데, 제가 현재 사용 중인 압박붕대(모비덤)와 모비덤 가먼트 슬리브 외에도 제게 더 적합한 제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특히 (주)남북써지칼의 제품 정보와, 이브케어로 유명한 (주)케이핏(이브케어)에서 써케이드를 ‘바이플랙스 자가조정_바이플랙스 랩 팔형’으로 명칭한다는 점 등은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2년간 무작정 사용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제 몸을 통해 쌓인 경험이라는 데이터와 만나, 제가 어떤 제품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진정한 치료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제 몸에 귀 기울이고, 끊임없이 배우고, 현명한 선택을 해나갈 것입니다. 점심 식사 후 가볍게 자전거를 타며 왼손의 악력도 키우고, 곧 다가올 봄날을 꿈꿉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건강한 저를 만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